아이패드 '프로'가 정말 필요할까? (feat. iPadOS 16)

아이패드 '프로'는 2015년부터 출시한 아이패드 최상위 라인업으로 다른 라인업 모델 대비 더 우수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이에 더불어 '프로' 모델에만 지원하는 몇 가지 기능들은 킬러 기능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보니 많은 분들이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하고 있습니다. 다만 그에 따라 다른 라인업 대비 더 비싼 가격대를 자랑하기 때문에 구매 시 많은 고민이 뒤따릅니다.

 

필자는 이전부터 아이패드는 '프로'만 고집해왔습니다. 워낙 전자기기를 좋아하는 탓에 다양한 제품을 동시에 구매했지만 실제 사용하는 것은 '프로'만 사용했습니다. 근데 요 근래 들어 점차적으로 '프로' 모델에 있어 의문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다른 에어, 일반, 미니 모델 대비 훨씬 더 우수한 스펙임은 분명하지만 실제 사용 보면 작업 내용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상향 평준화된 프로세서

아이패드 '프로'부터 10.5인치 '일반' 아이패드까지 전부 타사 태블릿 대비 뛰어난 프로세서 성능을 자랑합니다. 특히나 포스팅 기준 최신 아이패드인 프로 5세대 모델은 M1 Chip이 장착되어 일반적인 노트북 대비 더 뛰어난 퍼포먼스를 보입니다. 단,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가장 저가의 10.5형 아이패드 역시 성능이 매우 뛰어나다는 점입니다.

 

아이패드는 과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지난 수년간 엄청난 성능 업데이트가 진행되어 왔습니다. 이전에는 저가형 아이패드는 확실히 성능이 뒤쳐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이젠 저가형 아이패드로도 대부분의 작업이 가능할 정도로 프로세서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었습니다. 과거 저가형 아이패드에서 하기 힘들었던 영상, 그래픽 작업도 이젠 일정 수준까지 가능해졌습니다. 말이 일정 수준이지 일반적인 작업자 입장에선 충분한 성능치입니다.

 

물론 전문가 영역에서 보면 다를 수 있습니다. 더 우수한 영상 및 그래픽 편집을 위해 더 높은 성능치가 필요로 합니다. 그런데 팩트는 이 정도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아이패드에서 작업 안 합니다. 맥북에서 작업을 해서 간단한 빌드 구조만 살펴볼 때 아이패드를 활용합니다. 이에 더 나아가 가장 많이 아이패드를 생산성 기기로 활용하는 현업 디자이너분들도 아이패드 프로 3세대에서 교체하지 않고 쭉 이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매모호한 두 개의 렌즈

아이패드 '프로'는 4세대부터 광각, 초광각 렌즈를 지원합니다. 더 나아가 LiDAR 스캐너까지 추가되어 있습니다. 여기서 LiDAR 스캐너는 앞으로의 미래를 본다면 충분히 구매해볼 만하다고 생각하나, 광각 및 초광각 렌즈는 애매모호하다고 생각합니다. 4K 60 fps으로 촬영이 가능하다 한들 OIS가 지원도 되지 않는 현시점에 크게 의미가 있다고 보이지 않습니다. 더군다나 일반적인 사용자 입장에선 아이패드의 카메라는 문서 스캔용일 뿐입니다.

 

말도 안 되는 가격

아이패드 '프로'는 타사와 2세대 이상 격차를 벌린 프로세서 능력, 우수한 디스플레이 및 가변 주사율 기능(프로모션), 썬더볼트 3, 스피커 등 우수한 스펙을 자랑합니다. 그에 따라 다른 모델 대비 가격이 높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타 라인업과 타사 제품 대비 가격이 차이가 너무 크다는 점입니다. 이미 저가형 모델에서도 충분한 기능과 성능을 제공함과 동시에 더 나은 생산성 기기(맥북 에어 M1, 맥북 프로 2021)들이 즐비한데, 굳이 말도 안 되는 가격을 주고 아이패드 '프로'를 구매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약이 많은 OS

아이패드 OS는 아이패드에 장차 되어 있는 성능을 전부 뽑아낼 수 없습니다. iPadOS라고 따로 분리되어 불리지만, 사실상 iOS 확장 버전입니다. 생산성을 기반으로 한 macOS 대비할 수 있는 작업이 극히 제한적입니다. 이 때문에 현업에서도 아이패드를 독자적인 생산성 기기라고 표현하지 않습니다. 쉽게 말해 아이패드'만'으로 작업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무리 좋은 성능을 갖추고 있어도 그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반을 갖추지 않는다면 그건 필요 없는 성능입니다. 그러한 점에서 아이패드의 성능은 오버스펙 되어 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포스팅 시점 공개된 iPadOS 16는 멀티 태스킹 능력치가 더 상향되었을 뿐 활용 범위가 증가한 것은 아닙니다. 그리고 이는 엄청난 성능을 요구하는 업데이트도 아닙니다. 여기에 더불어 M1이 장착된 아이패드에만 지원하는 이유는 'M1 정도의 프로세싱 능력이 있어야 지원하는 기능이다.'라고 답했는데, 업데이트된 iPadOS 16 기능들 갤럭시 태블릿(안드로이드) 더 이전 모델에서도 지원하는 기능들입니다. 단지 M1과 A 시리즈 칩셋을 나누려는 '급 나누기'와 같은 행위입니다. 즉 iPadOS 16이 업데이트된다고 한들 오버스펙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습니다.

 

애플이 바라본 아이패드

애플은 아이패드와 맥을 따로 분리하려고 하며, 이에 대해 꾸준히 이야기했습니다. 1년 전 M1이 탑재된 아이패드 프로 5세대는 애플의 첫 하이브리드 형 기기가 될 것이라는 루머가 떠돌았으나 iPadOS는 여전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몇 년간은 여전할 것입니다. 이러한 기조가 바뀌는 시점은 타사의 디바이스들의 성능과 소프트웨어가 성장하여 아이패드의 점유율을 노리는 시점이 될 것이라 예상합니다.

 

결론

필자는 이전부터 성능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단, 이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달고 있습니다. 아이폰의 경우 비약적으로 상승한 카메라 프로세싱 능력 때문에 카메라 촬영만 해도 그 성능을 사용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러나 아이패드는 그렇지 않습니다. 직접 앱을 열고 실행하고 작업해야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데, 그 성능을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이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아이패드 자체의 필요성이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프로' 모델만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